잡담 속에서 필요한 일을
방문간호부 키스텐 옌센 여사는 웃으면서 말했다.
"내 일은 탐정 같은 것입니다. 누가 나의 도움이 필요한가, 무엇을 하면 그 사람이 매일 생기 있게 할 수 있는가를 찾아다니는 것이 내 일입니다."
크라우센 부인의 집을 나와 함께 방문한 옌센 여사는 홀베크에서 일하는 23명의 방문간호부들 중의 수석 간호부이다. 병원에서 15년 근무한 다음 이일을 맡은 지 8년이 되는 베테랑이다.
붉은 색 전용차의 운전석에는 무전기, 뒤의 트렁크에는 가제, 기저귀, 약품 등이 꽉 차 있다. 방문하는 곳은 고령자만이 아니었다. 중증신경환자인 청년, 암의 말기를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사람···. 연령도 병의 종류도 갖가지이다.
그녀가 가는 곳마다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마치 십년지기와 같이 친근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잘 살펴보니 그녀는 그저 잡담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실없는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실은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점검하고 있었다.
당뇨병이 있는 사람에게 인슐린 주사를 놓거나 붕대교환을 하는 등 보기에도 간호사다운 조치를 하지만 그보다 더 높이 평가할 것은 '자립을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한가'를 대화를 통해 알아내는 능력이다. 걸음이 온전치 못한 노인을 위해 집 안의 여기저기에 난간을 달거나 층계참에 한숨 쉴 수 있는 의자를 놓는 것도 그들이 하는 일의 일부이다. 다음은 방문간호사의 7가지 수칙이다.
1. 식사 등 일상생활은 원만한가
2. 고독하지 않은가, 사는 보람을 느끼는가
3. 가족이나 이웃, 친구들과 잘 지내는가
4. 증상에 변화가 없는가
5. 자신을 통제하는 능력은 유지되고 있는가
6. 자립을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한가
7. 대화능력, 의사전달수단이 유지되고 있는가
"7개 점검사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7번"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주민의 누군가가 입원했다고 하자, 방문간호부는 벌써 입원한 시점에서 병원의 관계자들과 함께 퇴원 후의 생활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 자택에서 살 수 있도록 환경을 준비하기 위해 작업요법사, 물리요법사, 의사, 지역의 사회복지사와 끊임없이 연락을 취한다. 가정도우미를 어떤 간격으로 파견할 것인가 하는 판단도 주로 방문간호부가 하는 일이다.
일으키면 욕창도 줄어든다
일본에서는 잠자리에 누운 상태인 환자의 몸을 자주 움직여서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체위교환'이 수준 높은 세심한 간호의 상징으로 되어 있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간호의 손이 더 필요하다는 소리도 들린다. 헌신적인 간호사들에게서 '욕창은 간호사의 수치다'라는 말도 자주 듣는다.
욕창이란 몸시 아플 뿐만 아니라 세균감염으로 죽음을 부르는 경우도 있다.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값진 일이다. 체위교환을 할 때마다 살이 맞닿는 것으로 마음의 평안을 얻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공들여 체위교환을 해 주어 욕창을 방지해도 본인이 '천정을 쳐다보기만 하는 세계'에 갇혀 지낸다면 어떨까?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덴마크의 간호사는 체위교환에 체력을 쓰고 있지는 않았다. 그 대신, 침상을 떠나 휠체어로 돌아다니고 싶다고 본인이 생각할 만한 즐거운 일을 한 사람 함 사람에게 찾아 주려고 애쓰고 있었다.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었다. 작업요법사나 물리치료사의 지원을 얻오 지팡이나 휠체어로 다닐 수 있게 실내를 정리하는 일에 머리를 쓰고 있었다. 매일 아침 깨우러 오는 가정도우미를 마련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인생은 풍요로워지고 동시에 욕창도 생기지 않는다.
'잠자리에 누운 상태'로 놔두면 몸의 특정 부위가 압박받아 혈액순환이 잘 안되고 욕창이 생긴다. '누워 있는 상태'를 그만두면 욕창은 생기지 않는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당연한 말이다. 극히 단순한 일이었다. 왜 나는 일본에 있을 때는 이것을 몰랐을까?
의료와 복지의 연결고리
덴마크에서는 방문간호부의 수가 다음의 표처럼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1988년 1월 1일 현재, 전일제 1,882명, 시간제 3,138명, 합계 약 5천 명. 전일제로 환산하면 3.639명이 된다.
덴마크의 방문간호부 수
반문간호부 수 (단위 :명) | 연간증가수 | |
1972 | 1,860 | 1972~75년 8명 |
1975 | 1,897 | |
1976 | 1,945 | 1975~80년 74명 |
1977 | 2,002 | |
1978 | 2,088 | |
1980 | 2,269 | |
1981 | 2,395 | 1980~85년 86명 |
1982 | 2,461 | |
1983 | 2,644 | |
1984 | 2,724 | |
1985 | 2,864 | |
1986 | 3,091 | |
1988 | 3,639 |
방문간호부 지망자는 많으며 한 자리가 비면 20명 가량이 지원한다. "병원의 간호사에 비해 자신이 결정하는 일이 많다.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만족감이 있다."고 그들은 말한다.
덴마크에서 의료행정은 도의 책임하에 실시된다. 한편, 복지는 시군구가 책임진다. 중앙관서의 관할도 의료는 보건부, 복지는 사회부로 명확하게 분리된다. 이런 제도하에서는 부와 부 간의 벽, 도와 시읍면동 간의 벽으로 인해 주민들에 대한 서비스에 공백이 생길 염려가 없다.
방문간호부는 전문직으로 보면 그 일이 보건부 관할이지만, 봉급을 주는 곳은 시읍면동이며, 고용면에서는 사회부에 소속되어 있다. 이런 점들에서 그들은 의료와 복지의 연결고리가 되어, 양자를 서로 결합하며 소통케 하는 혈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지금의 유행어로 말하면 '코디네이터', 즉 '조정자'이다. 그들은 의료와 복지, 도와 시읍면동, 의사와 가정도우미의 관계를 조정하고 있었다.
의료는 지금까지 오랫동안 의사나 간호사가 병원이나 진료소에서 환자를 기다리는 형식으로 실시되어 왔다. 그것이 지금은 어느 나라에서는 변하기 시작했다. 생활의 현장으로 의사나 작업요법사나 물리치료사가 나가는 것이다. 의료의 '배달'이라고나 할까.
그 핵심이 덴마크에서는 탐정 같은 방문간호부였다. 그리고 그 존재가 바로 '와상노인'이 없는 다섯 번째의 비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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