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전 사회부장관과 함께
여성의 사회진출과 함께
스웨덴의 고령자복지 현장에서 "덴마크의 노인네들이 더 행복하다, 그 나라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미국에서도 덴마크를 교본처럼 생각하는 전문가들을 여러 사람 만났습니다. 덴마크의 고령자복지는 따뜻하고 자상하여 저도 세계 제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덴마크가 이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안데르센 : 여성의 사회진출과 큰 관련이 있습니다. 덴마크에서는 약 50년 전부터 자녀가 성인이 되면 어버이에게서 독립해 사는 것이 보통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딸이나 아들이 그런 대로 어버이의 수발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60년대가 되면서 기혼 여성들도 직업을 갖게 되었습니다. 전업주부가 극히 적어진 것입니다. 1960년부터 30년간의 전업주부는 4분의 1로 줄었습니다.
집에 있던 여성들이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 흐름 속에서 공적으로 여러 가지 원조가 가족에게 필요하게 되어 서비스를 증대시키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프라이엠을 더 만들어 달라'든가 '가정도우미가 더 필요하다'는 요구가 여기저기서 나왔습니다. 그것을 시읍면동이 재빨리 받아들이고 실행했던 것입니다. 고령자복지만이 아닙니다. 보육원도 그렇습니다.
무척이나 앞을 내다본 정책이 실시되었군요
안데르센 : 여성의 사회진출과 노인복지정책의 연관성은 실은 후일에야 알게 된 것이지요. 당시에는 그저 필요만이 보였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보수계 혁신계를 막론하고 '이것은 중요하다'는 의견의 일치가 정치가들 사이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감세나 민간활력을 입에 올리는 보수계의 정치가들도 고령자의 생활수준을 저하시키는 형식으로는 그것을 주장할 수 없었지요. 고령자의 문제는 정치이념을 초월하고 있었습니다.
"여성은 집에 돌아가 시부모를 돌봐야 한다."는 따위의 말은 보수계의 사람들도 하지 않았나요?
안데르센 : 하지 못했지요.(웃음) 이는 보수정당 지지의 지식계층이나 상류계급의 여성들이 직업을 갖기 시작한 것과 관계가 있습니다. 보수당 지지층이 먼저 '가정의 힘만으로는 아이들이나 고령자를 감당할 수 없다' 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보수당도 복지정책에는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고령자복지를 추진하면 여성이 집에서 수발하는 것과 비교해 세금이 더욱 많이 필요해지지 않을까요? 그런 문제는?
안데르센 : 그렇지요. 그러나 "여성은 집에 틀어박혀 있어라" 하고 주장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어쨌든 여성이 선거권의 반수 이상을 갖고 있으니까요. 흥미로운 일은 덴마크에서는 좌익, 혁신, 노동조합에서 남성이 설치고(웃음), 여성은 보수계의 세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향이 보입니다.
먼저, 시읍면동의 규모를 균등화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고령자 복지정책을 추진해 갔습니까?
안데르센 : 1960년대에 일어난 사회변동, 예컨대 '가족형태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위원회들이 구성됐으며, 실태조사를 기초로 여러 가지가 의논되었습니다. 그 속에서 복지를 향상시키자는 국민적 합의가 형성돼 갔습니다.
그리고 1970년부터 1976년 사이에 복지에 관한 몇 개의 법률이 통과됐습니다. 우선, 그때까지 있었던 작은 교구만한 시읍면동을 통합하여 인구 등, 그 규모를 균등화했습니다. 1,000군데 이상이던 것을 4분의 1인 257군데로 줄였습니다. 이로 인해 복지 서비스의 체계구성이 쉬워졌고 시읍면동(코뮨)이 복지행정의 근간이 될 수 있었습니다. 1970년의 '복지행정법'은 시읍면동이 어떻게 복지를 추진할 것인가를 규정한 법률입니다.
창구를 하나로 정리한 생활지원법
덴마크에서 고령자복지는 처음부터 시읍면동의 역할이었나요?
안데르센 : 빈민의 구제는 옛날부터 시읍면동의 일이었습니다. 연금과 같은 현금 지급은 국가의 일이었지요. 1973년에는 '의료보장법'이 시행됐습니다.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의료혜택을 받는 사회보장 방식으로 하는 것입니다. 사회보험 방식을 그만둔 것입니다. 덴마크에서는 의료는 도의 일입니다.
복지에 관해 제일 중요한 것은 1976년에 시행된 '생활지원법'입니다. 갖가지 서비스를 모두 합쳐 창구를 단일화한 것입니다. 그때까지 주택문제라면 시청의 주택관계 담당자에게 상담하고, 보조기구에 관해서는 또 다른 창구에 가서 하는 식이었습니다. 연령별, 장애별로 법률이 따로 있었어요. 그것을 전부 한데 묶은 것이 이 법률입니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노인보건법, 노인복지법, 아동복지법, 정신박약자복지법, 신체장애인복지법, 모자복지법, 모자보건법, 정신보건법이라는 식으로 법률이 따로따로입니다.
안데르센 : 서커스의 천막을 보십시오. 공중 그네에서 떨어져도 죽지 않도록 안전망이 처져 있지요. 가령 그 그물이 몇 개로 나뉘어져 있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물과 그물 사이로 떨어질 수도 있죠. 그러면 죽어버리게 되지요.
안데르센 : 그것과 마찬가지입니다. 1976년의 법 개정에서 중요한 점은 '생활지원법'이라는 이름의 그물을 넓게 확대하고 그 그물눈을 촘촘하게 하여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한 것입니다.
구체적인 예를 말씀해 주십시오.
안데르센 : 노망기가 시작된 고령의 여성으로 눈도 귀도 아주 안 좋은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류머티스도 꽤 중증이고, 실금도 있습니다. 주택도 옛날식으로 엘리베이터가 없는 상태에 있는 고령의 여성이 보편적인 생활을 하려면 먼저 눈에 맞는 안경이 필요하고, 보청기도 필요합니다. 주택도 장애에 알맞게 개조돼야 합니다. 쇼핑이나 요리를 해 주는 가정도우미가 1주에 2회 정도 필요할 것입니다. 고독하지 않도록 1주에 몇 번은 밖에 나갈 수 있는 영송 서비스도 필요할 것입니다.
이 여성이 자기 스스로 안경점을 찾고, 보청기 전문가를 찾고, 자원봉사 조직을 찾아내어 쇼핑을 부탁하고, 건축가에게 개조를 의뢰하는 등의 일은 도저히 무리입니다. 만일 시읍면동 안에 이런 문제를 한 곳에서 대응할 수 있는 부서가 있다면 아주 효율적인 것이며 본인의 요구에도 걸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원조가 즉각적으로 제공되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아마도 아주 짧은 기간 내에 치매가 심해질 것이고 병원에 입원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시읍면동에서 필요한 재원은?
안데르센 : 각 자치단체는 세율을 독자적 판단으로 결정할 수 있으며, 그것은 소득세에 포함하여 징수합니다. 덴마크의 소비세는 22퍼센트인데, 이것을 포함한 모든 세수의 3분의 1이 복지, 교육, 생활지원을 위해 시읍면동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시읍면동에 권한과 재원이 있으면 대응이 빨라집니다. 자치체에 있는 여러 가지 사회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계시키는 것도 가능해지죠.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도우미
일본과 비교하여 각별히 층이 두터운 것이 가정도우미의 숫자입니다. 일구당 일본의 20배 이상이나 됩니다. 어떻게 지금과 같은 수로 증가시켰습니까?
안데르센 : 가정도우미는 고령자복지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라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1970년대의 후반에 가정도우미의 인건비의 국고부담을 50퍼센트에서 75퍼센트로 인상했습니다. 시읍면동의 부담을 줄여서 가정도우미의 증원을 장려했던 것입니다. 가정도우미를 늘리면 프라이엠에 들어가지 않아도 될 사람이 들어날 것이라고도 생각한 것이지요. 이 정책은 성공했습니다.
스웨덴에서는 지금 경기가 너무 좋아 가정도우미를 얻기가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덴마크에서는 실업률이 높아 가정도우미로서 좋은 인재들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안데르센 : 확실히 1976년경은 실업률이 높았고, 실업자들을 위해서라도 일자리를 마련하여 흡수할 필요에 쫒기고 있었다는 배경이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가정도우미를 늘리지 않으면 프라이엠에 들어갈 사람이 늘어날 염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부를 적극적으로 가정도우미로 활용하는 정책을 취했습니다.
스캔들을 개혁에 활용했다
안데르센 씨가 위원장이었던 위원회는 1982년에 유명한 '고령자 의료복지정책 3원칙' 을 제안했습니다. 그 다양한 제언들은 국가 정책에 큰 영향을 남기고 있습니다. 위원회가 구성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안데르센 : 직접적으로는 <폴리티켄>이라는 유력지에 실린 레페블이라는 한 의사의 투고입니다. "모친이 들어간 프라이엠은 형편없다. 노인이 울면서 죽어간다" 라고.
학대하는 직원이라도 있었습니까?
안데르센 : 암 말기의 고통을 완화하는 배려가 부족하여 편안한 죽음을 맞지 못하는 암환자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 호소를 정치가들이 그냥 보아넘길 수 없었지요.
당시 사회복지부의 에어링 옌센 장관이 "이것을 하나의 스캔들로 끝내지 말고 프라이엠을 개선하기 위해 건설적으로 활용합시다." 라고 제안하여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그는 이 투고를 계기로 삼아 고령자 전체의 문제를 검토하려고 1978년 말, 국회에서 의논하여 고령자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어떤 이들을 위원으로 했습니까?
안데르센 : 16명 중에 여성이 4명이었는데, 이 4명이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연금수급자 대표로 80세의 박력 있는 여의사, 과거에 공산주의자로 약자의 편에서 싸웠던 라디오 방송기자, 인간성을 강조한 고령자문제나 복지문제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여성, 보수당의 의원, 사무국장도 여성이었습니다. 초당파의 위원회였습니다.
일본의 고령자들도 울면서 죽어갑니다. 그러나 그것은 '말기 암의 고통' 같은 차원이 아니라, '기저귀를 끌러뜨리거나, 밤중에 서성거린다' 는 이유로 결박되거나, 노망기가 있다고 좁은 방에 감금되거나, 약물로 행동을 억제당하거나···, 한마디로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자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덴마크에서 고령자를 묶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까?
안데르센 : 원칙적으로 없습니다. 치매가 심한 고령자를 위한 정신과 프라이엠에서도 만일 결박하려면 보건부에 신청하여 결박해야 할 이유를 문서로 진술해야 합니다. 만일 결박하지 않으면 수발할 수 없는 고령자가 있다면 그 이유를 상세하게 써서 허가를 받아야만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묶으면 법률위반으로 즉각 파면입니다.
30년 뒤떨어진 일본의 시설 직원수
덴마크의 프라이엠은 거의가 독방이고, 더욱이 취미에 맞는 가구나 융단이 갖추어져 있어 일본인은 모두 놀랍니다. 그뿐 아니라 인구 500만의 덴마크에 5만 명분의 독방이 있습니다. 인구 비율로 말하면 일본의 9배입니다.
안데르센 : 많은 프라이엠이 1967년에서 1970년 사이에 생겼는데 거기에는 까닭이 있습니다. 1970년에 시읍면동의 통합이 예정돼 있어 작은 동리에서는 '합병원 후 프라이엠을 먼 이웃 동네에 만들면 큰일' 이라며 자기들에게 편리한 장소를 마구 만들었습니다.
프라이엠의 직원수도 많겠지요?
안데르센 : 지금은 고령자 1명에 대해 직원 1명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1960년대에는 고령 3명에 대해 직원 1명 정도였습니다.
일본의 특별양호노인홈은 사치스럽다는 말을 듣는 도쿄에서 고령자 3명에 수발직원이 1명입니다. 덴마크의 60년대와 같은 수준입니다.
안데르센 : 남유럽이나 오스트리아와 같은 천주교 계통의 나라들도 일본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가정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오스트리아라면 노인병원에서 간호보조원이 몇십 명의 노인환자들을 '편안하게 해 준다'며 독살한 연쇄살인사건이 있었지요.
안데르센 : 끔찍한 사건이었죠. 고령자 3명에 대해 수발자가 1명이라면 약을 써서 고령자를 몽롱하게 해 놀고 일손을 더는, 그런 수단을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오스트리아의 의사나 간호사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 사건은 그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스페인. 이태리, 그리스, 오스트리아 등 천주교계의 나라에서는 윤리적으로 또는 습관적으로 자식이 어버이의 노후를 돌봅니다. 또는 일본처럼 민법에 부양의 의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나라에서는 세대간에 흔히 긴장이 조성되지요. 그리고 가족의 붕괴가 일어납니다.
그런 긴장감의 완화를 위해 쉽게 선택되는 방법은 자녀들이 민간의 너싱홈을 찾아 어버이를 넣어버리는 것입니다. 자녀로서는 특별한 지출이므로 그것도 될 수 있는 대로 싸게 하려고 합니다. 많은 민간의 너싱홈이 생겨나서 가격 경쟁을 합니다. 싸게 하기 위해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게 되지요. 너싱홈은 고령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으로 자녀들에게 서비스합니다.
어버이는 자식에게 배반당했다고 느낍니다. 그런 상태 속에서 고령자는 아주 불행해지고, 불안하여 안절부절 못합니다. 그런 민간시설에서는 정신안정제나 수면제 등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같은 문제는 미국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자주 초청되어 강연을 하시지요?
안데르센 :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것을 갖고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나쁜 것도 갖고 있습니다. 공적 복지의 수준은 낮습니다. 예외는 군인의 세계입니다. 장애가 있는 몸이 되어도, 늙어도 퇴역군인은 비교적 안심입니다. 그러나 그 밖의 국민들은 천국의 서비스를 받느냐 지옥을 맛보느냐, 그것은 운과 재산에 달렸습니다.
덴마크에서는 '고령자와 그 가족의 안전감을 확보하려면 공적 지원이 불가결하다' 는 국민적 합의가 있습니다. 그것이 없으면 인생의 마지막 여생을 아주 비참한 상태로 지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남유럽형으로 하면 어버이는 자식을 원망하고 배신당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자식들은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을 갖고, 양심의 가책까지 느끼면서 살아야 합니다. 양쪽 다 고통을 겪게 됩니다.
공적 수발을 충실화하는 방향으로
마치 일본의 고령자문제에 대한 말씀을 듣고 있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안데르센 : 가족의 전통적 구조가 근대화하고 여성이 노동시장에 나서는 상태가 되고 있는데도 옛날그대로의 가치관으로 모든 것을 밀어 붙이려고 하면 자녀들에게도, 또 고령자들에게도 비참한 상태가 됩니다. 고령자가 죽음으로써만이 모두가 편하게 됩니다. 그런 현실은 슬픈 일이지요. 우리는 이런 비극을 회피하기 위해서도 세금으로 공적 서비스를 충분히 마련하려는 것입니다.
일본의 현 정권은 공적 책임에 의한 고령자복지를 기피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안데르센 : 구미지역의 예를 보면 공적 수발을 경시하는 나라에서는 결과적으로 비참한 고령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가족이 해결할 수 있다. 사회는 개입하면 안 된다', '사적 보험으로 할 수 있다. 공적 책임으로 할 일이 아니다' 라는 사고방식을 취해 온 나라들입니다.
지금까지의 몇백 년간은 그런 식으로 어떻게든 잘 지내왔습니다.
그러나 수명이 연장되고 가족의 구조도 변했습니다. 일본에서 고령자의 수발을 들고 있는 '며느리들'은 60대, 70대가 중심입니다.
안데르센 : 그렇지요. 어느 나라에서도 가족에게는 수발능력이 없어져 갑니다. 지금까지는 공적 수발을 좋아하지 않았던 천주교계 국가들도 공적인 것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남유럽이 북유럽형 복지를 지향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가정에서 어버이를 모시는 풍습이 있는 나라에서는 여성들은 일과 수발의 안팎곱사등이가 됩니다. 문제는 한층 심각합니다. 이것은 이젠 세계 공통의 문제입니다.
덴마크의 이웃인 독일에서는 어떻습니까?
안데르센 : 같은 방향입니다. 다만 덴마크처럼 지방분권화되지는 않았습니다. 덴마크도 만일 시읍면동이 아니고 나라가 노인복지를 하고 있었다면 수발을 가족에게 돌리고, 결과적으로 질이 낮은 노인시설이나 노인병원을 만연시키는 사태가 됐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의 공무원은 망원경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과 같은 처지이므로 가족의 어려움을 헤아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되도록 싸게 하려는 발상으로 치우치기 쉽습니다. 시읍면동이 책임을 지는 경우는 눈앞의 곤란한 상황을 방치해 두면 무능하다는 소리를 듣고 책임을 추궁당합니다.
복지의 충실화로 의료예산의 낭비를 방지한다
고령자복지는 끝없이 재정을 팽창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일본에는 많습니다.
안데르센 : 그리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의료비 등은 일본 쪽이 낭비가 많지 않을까요? 복지가 충실화하면 공연히 병원에 오래 누워 있는 사람이 적어지므로 의료비가 절약됩니다. 덴마크의 평균 입원일수는 7, 8일인 데 반해 일본은 55일입니다. 갈 만한 곳이 없으니 그만큼 오래 병원에 체재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인구 4만 5천의 네스트베즈 시에서 24시간의 재택수발을 시작했더니 병원의 병상 10개분, 프라이엠 50명분이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일화로 2억 5천만 엔이 남은 것입니다. 한편 도우미를 24시간 체제로 하기 위해 1억 5천만 엔의 예산이 들었습니다. 공제잔액 1억 엔의 세금이 절약된 셈입니다. 재정상의 이유로 복지를 원수처럼 여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덴마크에서는 고령자 서비스에 지출되는 비용이 얼마나 됩니까?
안데르센 : 여러분의 상상보다는 훨씬 적습니다. 이것을 먼저 인식해 주십시오. GNP의 경우 3.6퍼센트입니다. 이 속에 가정도우미, 방문간호부, 보조기구, 프라이엠의 비용 등이 다 포함됩니다.
덴마크에서는 이것을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필요경비라고 생각합니다. 연금과 합해도 7.8퍼센트입니다. 공적 지출 전체가 GNP의 51.9퍼센트이니 고령자에게 사용되는 예산은 참으로 미미한 것입니다. 공적 서비스에서 큰 지출은 의료, 의무교육, 대학, 연구 등이 그 대상이 됩니다.
북유럽의 나라들은 사회주의가 아닙니다. 일본과 같은 자유경쟁의 자본주의 국가입니다. 공적 지출은 국민 모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대한 것입니다. 그것이 교육이며, 의료이며, 고령자복지인 것입니다.
서비스에는 돈이 든다
그만큼 세금이 많고 공적 부분이 크면 노동의욕이 없어지지 않는가 하는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안데르센 : 그것을 아이젠하워 가설이라고 하는데(웃음). 그 가설은 붕괴됐습니다. 노동의욕을 취업률에서 보면 덴마크는 남성도 여성도 스웨덴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있습니다.
미국의 아이젠하워 전대통령은 또 하나의 틀린 설을 퍼뜨렸습니다. "복지가 발전되면 노인의 자살이 증가한다. 스웨덴에서는 노인들이 고독으로 많이 자살하고 있다"고. 그런데, 일본의 고령여성은 스웨덴에 비해 3배나 자살률이 높습니다. 일본 쪽이 스웨덴보다 복지가 발전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데도(웃음).
안데르센 : 어느 나라 국민들도 세금은 싼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덴마크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안전감을 위태롭게까지 하면서 세금을 낮추려는 발상은 하지 않습니다. 서비스를 유지하기에 필요한 경비를 세금으로 저축해 두는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언제부터 현저하게 세금 부담이 높아졌습니까?
안데르센 : 가장 많이 오른 것은 기혼여성들이 밖에 나가 일하기 시작한 1970년대입니다. 당시는 보수연합정권의 시절이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보수계의 집권기에 공공지출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보수당도 서비스를 저하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지위를 확보하고, 사회진출을 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길밖에 없다는 국민적 합의가 사회에 있었던 것입니다.
안데르센 씨가 속한 사회민주당은 일찍이 선거인들을 향해 '복지 서비스를 향상시키겠다. 그를 위해서는 증세도 하겠다' 고 공약했는데 정말입니까?
안데르센 : 그렇습니다. 정치가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서비스에는 돈이 든다" 고 솔직하게 말해야 합니다. 덴마크의 국민은 아주 현실주의자들입니다. 서비스에 공짜는 없다고 다들 생각합니다. 스웨덴에서도 그렇지만 감세를 대담하게 실시하면 반드시 서비스가 악화된다는 사실을 국민은 잘 알고 있습니다.
'관료' 가 아니라 '모두 함께' 만든 것
일본에는 행정개혁이라는 것이 있어서 공무원을 늘려서는 안 된다고 꽤 오래 전부터 정해 놓고 있습니다.
안데르센 : 덴마크에서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3분의 1이 공무원이며 그 대부분이 여성입니다. 프라이엠이나 보육원의 일은 옛날에는 가정에서 하던 일인데, 지금은 밖에서 한다는 일이 다를 뿐입니다. 또한 그것으로 여성들이 수입을 얻고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남성의 처지에서 말하면, 전에는 월급에서 생활비를 주고 여성에게 육아와 부모의 수발을 들게 했지만, 지금은 모두가 세금을 내고 그 세금으로 그 분야의 전문가를 고용해서 수발을 들게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로써 수발의 수준이 향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남성과 여성의 관계가 사회적으로 평등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높은 부담에 반대하는 일본인들의 가슴속에는 정부에 세금을 맡겨도 그 쓰임새를 믿을 수 없다는, 그런 감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안데르센 : 북유럽인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공적인 것에 대해 친근감을 품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관' 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든 것이라는···.
예로부터 북유럽의 왕이나 귀족 중에는 폭정을 한 사람이 별로 없었다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종교개혁이나 정치의 근대화, 민주화의 와중에서 위정자의 목이 날아가지 않은 곳은 유럽에서는 북유럽뿐입니다. 공무원들도 공복정신이 체질화되어 뻐기지 않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자주 그렇게 말합니다.
고령자위원회의 보고 중에서 '프라이엠은 의료의 현장이 아니다. 생활의 현장이다' 라는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프라이엠 축소 방향을 제시한 1987년 법 개정도 3원칙에 의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시설중심주의는 덴마크에서는 종말을 고했다고 단언해도 됩니까?
안데르센 : 방향으로써는 그렇습니다. 저의 개인적 의견을 말한다면 신체적 장애만 있는 고령자나 또는 일반 고령자에게는 프라이엠이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치매증이 진행되어 혼자서는 생활할 수 없는 사람들은 공동주택 같은 곳에서 치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는 전문가의 수발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체적 장애뿐이라면 재택수발만으로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일본 사람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안데르센 : 우리는 결코 현황에 만족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여러가지로 실험하며 고령자에게 있어 더욱 좋은 서비스, 나아가 경제적으로 효율이 높은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국회도 고령자복지를 위한 새 실험에 사용할 재원 80억 엔을 마련했습니다. 덴마크의 경제로서는 상당한 거금입니다. 어쨌거나 일본의 20분의 1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니까(웃음).
시읍면동의 절반이 새로운 시도를 벌써 시작하고 있습니다. 노인클럽의 운영방식과 역할, 직원교육의 실험, 문화활동, 가족의 역할 혹은 세대간의 교류의 실험···. 이런 덴마크의 여러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서 일본을 위해 무엇이든 도움을 드릴 수 있게 된다면 더 없는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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