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석연찮다
'노멀라이제이션' 은 지금 일본의 고령자복지의 새로운 흐름을 나타내는 말과 같이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상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뱅크 씨가 사회부에서 근무할 때에 기초한 <1959년 법>에 이르게 됩니다. 그 법률에는 "지적 장애를 가진 모든 이에게도 가능한 한 '노멀'한 생활을 창조한다" 는 사고방식이 크게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일찍부터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까?
뱅크 : 1946년 사회부에 들어왔을 때 상사로부터 지적 장애인 복지시설 담당으로 임명되었습니다. 실은 전혀 흥미가 없었는데 곧 자리를 바꿔준다면서 설득하길래···(웃음). 결국 이것이 일생토록 종사하는 일이 되었으니 운명적인 만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시설이었습니까?
뱅크 : 열 군데였습니다. 덴마크의 이런 시설은 그 당시 유럽에서 제일 인도적이며 우수한 곳으로 알려져 해외로부터 견학자들이 끊이지 않았지만, 나는 시설을 방문하면서 '어쩌지 석연찮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떤 면이 석연치 않았습니까?
뱅크 : 시설은 대부분 교외에 지어져 있었습니다. 규모는 크고, 한 시설에 수백 명이나 살고 있었습니다. 자유롭게 외출이 안 되게 정해져 있었습니다. 노욕(老慾)하다고 단종(斷種) 수술을 받습니다. 선거권은 없었습니다. 전시에 제가 구속되어 있었던 나치의 강제수용소와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인간을 인간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혁을 위한 위원회
어버이들도 그렇게 느끼는 사람들이 있었습니까?
뱅크 : 그렇습니다. 거기서 어버이모임이 이루어지도록 뒷바라지를 했습니다. 1952년에 모임이 이루어졌습니다. 어버이모임의 요청이라는 형식을 빌어, 1954년 사회부에 법개정과 시행 측면의 개선을 위한 위원회를 설치함으로써 '1959년 법'이 제정된 셈입니다.
위원회의 구성원은?
뱅크 : 의사 7명, 직원 6명, 어버이회에서 2명, 그리고 위원장인 저였습니다.
뱅크 씨가 기초한 그 유명한 법률 안에 '노말리세르'라는 덴마크어가 사용되고 그것이 '노멀리제이션', '노멀라이제이션'으로 영역되어 세계 각국의 정책과 도시계획에 영향을 파급시켜 왔지요.
뱅크 : '노말리세르' 는 장애를 가진 '노멀한 사람(정상인)' 으로 되게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노멀한, 즉 보통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는 것일 따름입니다.
어린이라면 할 수 있는 한 어버이와 같이 살도록, 성인은 어버이로 부터 독립해서 살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는 집은 일반 가정과 같은 크기로 동네 안에 만들어져야 합니다. 침실은 큰 방이 아니라 독방으로, 식사는 큰 식당에서가 아니고 적은 인원이 하도록, 어쨌든 보통의 가정과 같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하루하루의 생활 리듬, 식사나 일과, 여가 그리고 남녀교제의 조건까지 모두 가능한 한 보통 사람들이 하는 것에 가까워야 합니다.
반대는 없었습니까?
뱅크 : 당시 대규모 시설의 우두머리는 의사였습니다. 그런 사람들 중에 반대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법으로 정해진 일이라서 별 문제 없이 시행돼 나갔습니다. 실은 언론인의 영향도 컸습니다. 그들이 시설의 현실을 사진을 곁들여 보도해 준 덕에 일반 국민이 사실을 알게 되고 여론이 개혁을 지지해 주었습니다. 저는 담당 공무원으로서 기자가 진실을 전하는 일을 방해하는 짓은 안 했습니다. 제 자신이 반나치 지하조직의 기자였으니까(웃음). 지하신문에 <자유 덴마크를!> 이라는 기사를 써서 돌리다 들켜 잡히고 말았습니다. 수용소에 4개월, 형무소에 2개월 있었습니다. 종전으로 해방되고 대학에서 배웠던 법학을 살리자는 생각에서 사회부에 들어온 것입니다.
늙는 것과 장애는 본인 탓이 아니다
안데르센이 태어난 마을 오덴세에 있는 심신 중증장애를 입은 사람들이 사는 주거를 방문했습니다. 뱅크 씨의 개혁으로 탄생했다고 들었는데, 그 마을 한가운데 위치해 있고, 거주가 24명에 직원 50명, 1인당 7평의 방에 2평 크기의 화장실이 붙어 있고, 함께 사용하는 거실(사롱)이 있었습니다. 목욕은 매일 한다고 합니다. 한 사람에 드는 비용은 월 90만 엔(약 700만원)이라고 들었습니다. 일본에서 이런 얘기를 하면 '어찌 그렇게 비쌀 수가' 하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뱅크 : 질을 생각하면 절대로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좀더 알차고 충실한 풍요로움을 맛보며 생활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니까
"사회에 공헌하고 있지도 않는 장애인이나 노인에게 그렇게 세금을 쓰는 것은 쓸모없는 일이 아닐까" 하는 의견이 당신네 나라에선 일어나지 않습니까?
뱅크 : 마약 중독자나 범죄자에게 세금을 쓰는 데 대해선 '본인에게도 책임이 있는데···' 라며 비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이들이나 고령자에게 세금을 사용하는 일에 저항감을 갖는 국민은 전혀 없습니다. 그것은 어느 정당도 마찬가지입니다. 늙는 것이나 장애는 본인의 탓이 아니니까요.
노멀라이제이션을 실현하는 일에서 잊어서는 안 될 일이라면?
뱅크 : 정치가나 행정관리나 전문가 그리고 주변의 누구나 장애를 입은 사람들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 그런 상태에 놓여졌을 때 어떻게 느끼며, 무엇이 하고 싶을까?" 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해답은 자연히 우러나옵니다.
(뱅크 씨는 본서의 초판이 나온 날 세상을 떠났다. 죽음을 깨닫고 스스로의 뜻으로 병원에서 자택으로 돌아와 1주일 후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평안히 숨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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